‘목마르트’에 마음 따뜻한 돈키호테 나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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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르트’에 마음 따뜻한 돈키호테 나서다
  • 현정석 기자
  • 승인 2020.08.2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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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갤러리 앞에 선 구자민 관장. 그 오른쪽으로 길냥이이에게 대접한 밥그릇이 보인다.
구구갤러리 앞에 선 구자민 관장. 그 오른쪽으로 길냥이이에게 대접한 밥그릇이 보인다.

[탑콘텐츠미디어 현정석 기자] 거대한 풍차같은 문화예술의 불모지에 돌진하는 라만차의 돈키호테가 나타났다.

목동 사거리 근처 주택가 안에 어쩌면 뜬금없이 보이는 미술관이 하나 있다. 이 미술관은 누구에게나 편하게 무료로 열려 있는 곳이다. 이 미술관의 구자민 대표는 이 곳에서 누구나 편안하게 있다가 갈 수 있도록 배려한다. 하다못해 길냥이에게도 무심한 척 식사를 제공한다. 길냥이도 편하게 쉬며 힐링할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구구갤러리다.

구 대표는 인근 가게마다 전시 포스터를 때마다 붙여놓는다. 누구나 편하게 작품을 감상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이제는 만나는 가게 주인들마다 ‘지난 번 그림보다 이번 그림이 좋은데?’라거나 ‘지난 번 그 작가 작품 다시 보니 역시 좋네’라는 소리까지 건네 받는다.

한국의 미술관은 박물관과 여러 모로 닮아 있다. 특히 동선을 따라 죽 둘러보고 나가는 스타일이 대부분이라 한 작품을 오래도록 바라보기 힘들다. 작품을 감상하기 보다 ‘관광’하고 가는 셈이다.

그러나 구구갤러리는 공간이 나뉘어 있어 등 뒤에서 밀려오는 관람객을 신경 쓰지 않고 좋은 작품을 오래 바라볼 수 있다. 아름다운 자연도 발길을 멈추고 서서 바라보는데 미술작품은 더 하지 않을까.

자연이 조물주의 영혼이 깃든 작품이라면 작품은 화가의 영혼이 깃들어 있듯이 그림과 대화할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 주 열린 구마 전시회도 역시 그랬다. 기호가 들어있는 작품을 이해하는데는 시간이 좀 걸렸다. 다른 곳에서라면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또 빛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작품 역시도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 한참을 바라보았다.

구 대표는 왜 이렇게 하고 있을까. 많은 갤러리들은 작품을 어떻게든 팔아 수익을 내려는 것이 뚜렷한데 돈키호테처럼 무모하리만치 이러고 있는지 궁금했다. 일반적으로 갤러리는 쉽게 들어가기 힘든데다 콜렉터들만이 들어와야 수익을 올리기 훨씬 쉬울텐데 왜 편한 길 놔두고 돈키호테처럼 풍차를 향해 돌진하고 있는지 말이다.

그는 “여기는 작가들을 위한 공간입니다. 작가들의 작품이 판매되야 그들도 계속 창작할 수 있다는 건 사실이지만 작품 자체가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힐링받는 것을 더 원하는 것도 사실입니다”라고 말한다.

이어 “저는 장사꾼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작가들을 이해하고 돕는 서포터이자 작가들이 세계 무대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기획자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덧붙인다.

사실 그는 또 다른 꿈이 있다. 코로나19로 더 힘들어진 목동 사거리 인근 거리를 예술인의 거리로 만들어 상권도 살리고 싶어 한다. ‘목동의 몽마르트’인 ‘목마르트’를 계획하고 있다. 화가 뿐 아니라 모든 예술인들이 한데 모여 삶 속애 문화를 녹여 힘들 때 쉬어 갈 수 있는 그런 곳, 상업적이지만은 않은 곳. 이런 곳을 만들기 위해 지금도 부지런히 뛰고 있다.

“예술을 사랑하고 즐기는 마음이 있으면 팍팍해진 우리 삶도 나아지지 않을까요?”라고 그는 반문한다.

둘시네아 공주를 위해 풍차를 향해 돌진하던 돈키호테, 그가 구자민 대표와 오버랩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구 관장은 작가들이 더 편하게 있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 음식까지도 직접 만들어 사람들에게 대접한다. 사진은 구마 전시회 오픈식날 촬영한 것이다.
구 관장은 작가들이 더 편하게 있을 수 있도록 배려한다. 음식까지도 직접 만들어 사람들에게 대접한다. 사진은 구마 전시회 오픈식날 촬영한 것이다.

또한 구구갤러리는 작가들을 위한 공간이다. 목동에 작가들을 위한 아지트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하는 구자민 대표에게는 꿈이 있다.“구구갤러리는 새로운 시도의 발화점이라 생각합니다. 전문 작가들과 함께 해외로 나가고 싶은 계획이 있습니다. 미술은 비언어라 세계로 퍼져나가기 훨씬 쉽습니다. 우리나라 미술의 세계화에 일조하고 싶습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미술가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여깁니다.”

작품의 퀄리티를 높이면서도 소비자들이 좋아할 수 있는 포인트를 담은 작품들을 좋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가의 인성이 작품에 큰 영향을 미치며, 좋은 인성을 가진 작가들과 전시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무모해 보이지만 혼자서 열 걸음 걷지 않고 열 명이서 한 걸음씩 걸어나가는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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